혹한기 훈련이 끝, 어수선한 정세. Everyday Life

혹한기 끝내고 돌아왔습니다.
훈련 끝난 건 저번주였습니다만 훈련 끝나면 다 끝나는 게 아니기 때문에 포스팅이 늦었네요.
사후검토도 있었고, 물자 정비도 해야 하고...

병사들 입장에서는 육군의 대표격 훈련이 바로 이 혹한기 훈련이 아닐까 싶습니다.
영하의 혹한속에서 작전별 임무를 실행하며 야지에서 지내야 하기 때문이지요.
추위에서 웃어가며 훈련을 계속하는 병사들을 보니 고맙기도 하면서 한 편으로는 걱정도 많이 되었습니다만 무사히 끝마쳐 참 다행입니다.

포병대대 작전보좌관이자 사격지휘장교인 저는 이번 훈련에서 FSO(Fire Support Officer)로써 陸, 空 화력을 종합해서 운용하는 입장이었기 때문에 병력들과 함께하는 시간이 얼마 되지는 않았습니다만, 화력계획이나 기타 다른 임무로 골이 많이 쑤셨습니다.
그 만큼 배워온 것도 많았습니다만...

여기서 부터는 개인적인 생각.

훈련을 끝내니 문득 돌아가신 할아버지께서 하셨던 말씀이 생각났습니다.
당시 할아버지께서는 6. 25전쟁에 참여하셨습니다.
고향이 황해도 해주였던 할아버지께서는 가족들을 남기고 남한으로 내려와 생계를 꾸리시던 도중 전쟁이 발발하고 말았던 것이지요.
할아버지께서는 어린마음에 고향에 두고온 가족을 찾겠노라 전쟁터에 뛰어드셨다고 합니다.
전쟁터야 워낙 阿鼻叫喚인지라 별 감흥도 없었다던 할아버지께서 단 한가지 기억에 남는 게 있다면 참호속에서 아군의 포격을 견뎌내던 짧은 시간이었다고 하십니다.
할아버지께서야 그 당시 일개 일병이셨기에 잘 모르셨고 지금도 잘 모르겠다고 하십니다.
다만 당시의 전황이 너무도 안좋아서 중대가 괴멸상태였다고 기억하십니다.
제 생각에는 아마 전황이 기울대로 기울어서 최후방어사격을 요청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모두 참호로 대피하라는 소대장의 말을 듣고 참호속에서 이등병 두 명과 꼭 껴안고 떨어지는 폭격의 진동과 굉음을 참으며 짧지만 긴 - 10분 남짓한 시간 - 을 버티셨다고 합니다.
무자비한 포격이 끝나자 주변을 둘러보려 일어서려는 순간 다리에 힘이 풀려 기어나와 처음으로 바라본 광경은 이 세상의 것이 아니었다고 하셨습니다.
침엽수로 이뤄진 울창한 숲은 이미 온데간데 없었으며 건너편에 있었던 아군 참호는 온데간데 없었답니다.
할아버지께서는 그 후로는 말을 아끼셔서 더 이상 전쟁에 관한 이야기는 듣지 못했습니다만...

오늘은 좀 뜬금 없지요?
포병 화력의 위력을 말하고 싶어서 위와 같은 이야기를 꺼낸 건 아닙니다.
최근 북한의 도발에 대한 이야기도 많이 들리는 게 참 어수선하지요.
전쟁은 다시는 일어나선 안됩니다만, 그에 따른 준비도 없다면 안되겠지요.
현대전은 이전의 전쟁보다 더더욱 스마트해졌습니다만 무력을 이용해 특정 국가나 집단을 공격한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사상자도 무수히 발생할 겁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역사는 되풀이됩니다.
같은 동포라고 생각하고 가만히 있다간 뺨 맞을 수 있습니다.
특히 요즘 어린 세대들과 몇몇 생각 없는 성인들은 상황의 심각성을 느끼지 못하니 안타깝기만 할 따름입니다.
제가 지금 군복을 입고 있어서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게 아닙니다.
예전부터 생각해오던 것이 요즘 시대상황과 결부되다 보니 자연스럽게 글로 흘러나오게 된 것 같습니다.

하고싶은 말은 많은데 생각이 정리되지 않아 그냥 주저리주저리 늘어놓았습니다.
이 시간에도 가족과 친구, 연인을 위해 군복을 입고 임무를 수행하는 많은 장병들이 있습니다.
그들을 위해서라도 군대는 없어져야 한다느니, 북한의 비위를 건드는 행위는 왜 하냐느니, 이런 이야기는 삼가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퀘스트훈련 끝 보상
으헣헣헣 스타오션4!


스타오션1 했던 게 중학교때 SFC로 했었는데...
아, 안돼, 나이가!

덧글

  • 정의수호기사 2009/02/22 11:36 # 답글

    저도 지난주에 혹한기가 끝났죠.
    하지만 힐러리 여사가 방한하는 바람에 혹한기를 1박 2일 뛰었죠. (경호작전 브라보)
    행군도 황사로 연기...;;;
    뭐.... 사단 행군우수부대니깐.... 무기한 연기로 ㄱㄱ
  • 근로청년 2009/03/01 21:58 #

    반갑습니다.
    고생 많으셨군요.
    연기되면 참 좋겠네요 ㅎ.
  • ForJustice 2009/02/22 13:13 # 답글

    저희는 2월초 혹한기가 아닌 혹한기를 뛰었다죠... 저기 강원도 철원의 낮 기온이 영상 10도를 바라봤다니 이미 볼장 다본셈..(도주
  • 근로청년 2009/03/01 21:58 #

    헐...
    저희는 날 따실때 한다고 했는데 왠 한파가 몰아쳐서...
  • 똥사내 2009/02/22 14:22 # 답글

    저야 육군 안 해서 모르겠습니다마는
    무시무시하군요
    으웩 고생하는데 돈이라도 많이 주지 완전 공짜로 부려먹네(.,.,.)
  • 근로청년 2009/03/01 21:59 #

    흑흑흑...
    맛난거 사주세용 ㅜㅜ
  • 똥사내 2009/03/01 23:00 #

    근성부족(!!)
    낄낄 아(~)하삼
  • 레아민 2009/02/22 15:24 # 답글

    아아, 이런글을 볼때마다 난 정말 군인이었으나 군인은 아닌었던거같아(..)
  • 근로청년 2009/03/01 21:59 #

    넌 민중의 지팡이었잖냐...-_-);
  • 염개 2009/02/22 15:35 # 답글

    후 혹한기떄 영하10도에 침낭에서 얼어죽을뻔한 생각하면 아직도 치가떨림 [.........]
  • 근로청년 2009/03/01 21:59 #

    핫팩 터뜨리셔야지 말입니다? ㅋ
  • 가든블루 2009/02/22 16:51 # 답글

    수고하셨어요~
  • 근로청년 2009/03/01 21:59 #

    감사합니다~
  • StormyWing 2009/02/22 18:40 # 답글

    무슨 혹한기를 이제 하냐능...
  • 근로청년 2009/03/01 21:59 #

    하지만 한파주의보가 내렸다면 어떨까!?
  • 사라 2009/02/22 20:52 # 삭제 답글

    군인아저씨다>_<
  • 근로청년 2009/03/01 22:00 #

    십라 꺼졍 방공 공군 ㅋㅋㅋ
  • 파인 2009/02/22 22:42 # 답글

    진짜 추웠을텐데 고생했다.
    나도 스오4 사긴 샀는데, 상황이 여의치 않아서.. orz
  • 근로청년 2009/03/01 22:00 #

    아~~~ 스오4 해야 하는데~~~
    너도 고생이 많다~
  • 케이진 2009/02/23 17:25 # 답글

    나이가..
  • 근로청년 2009/03/01 22:00 #

    연세가...
  • M-Yuki 2009/02/23 20:12 # 답글

    헐킈
    아무개1 상병님,
    아무개2 병장님 침낭에 핫팩 놔 드려야되지 말입니다 ㅋ
  • 근로청년 2009/03/01 22:00 #

    헐.
    꾸이맨도 주셔야지 말입니다? ㅋㅋㅋ
  • Ikarna 2009/02/24 03:03 # 답글

    공군 레이더병은 혹한기란 걸 겪어본 적이 없습니다(...)
  • 근로청년 2009/03/01 22:00 #

    다 나름대로 애환이 있지 않겠습니까? ㅎㅎ
  • 건전청년 2009/02/24 10:51 # 삭제 답글

    훈련이라면 역시 혹한 유격이 진짜죠 ㅎㅎ;;
    개인적으론 혹한이 몇~배는 힘들었습니다만(...)

    ps. 진짜 군대 없어져야 된다고 하는 것들은 정신을 어디다 두고 있는지 모르겠더라구요(...)
  • 근로청년 2009/03/01 22:01 #

    혹한의 날씨에서 훈련하는 건 정말 고역이죠.

    몇몇 정신 없는 분들이 군대의 타당성을 인식 못하는 것 같아 마음이 아픕니다. ㅡㅜ
  • Mr.M 2009/02/26 12:22 # 삭제 답글

    군대는 없어져야 한다!
    군대 때문에 근에게 애로애로 번역을 못 시키는 것은 국가적 손실이다!
    응? 이게 아닌가
  • 근로청년 2009/03/01 22:01 #

    이 무무무무무무무가.
    뿌리에 제초제를 뿌려주지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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